서양철학
1921 ~ 2002 (『정의론』 1971) ·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 — 하버드
내가 누구로 태어날지 모른 채 규칙을 정한다면 — 정의를 다시 살아 있는 질문으로 만든 사고실험
그가 살았던 시대
20세기 중반의 영어권 철학에서 정의론은 죽은 분야에 가까웠다. 좋음과 옳음은 취향의 표현일 뿐이라는 분석철학의 기류 속에서, 사회를 어떻게 짜야 하는가라는 큰 질문은 철학의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롤스의 젊음은 그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동생 둘이 그에게서 옮은 병으로 잇달아 죽었다 — 디프테리아와 폐렴. 그는 태평양전쟁에 보병으로 참전해 뉴기니와 필리핀을 거쳤고, 히로시마 원폭 직후의 폐허를 지나갔다. 성공회 사제가 되려던 계획은 전쟁을 지나며 무너졌다. 신정론 대신 그는 다른 질문을 붙들었다 — 운은 이렇게 불공평한데, 제도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의 말, 그리고 쉬운 해설
"진리가 사유 체계의 첫째 덕목이듯, 정의는 사회 제도의 첫째 덕목이다." — 『정의론』(1971)
결국 아무리 효율적이고 잘 굴러가는 제도라도 부정의하면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론이 아무리 우아해도 거짓이면 버려야 하는 것처럼. 전체의 이익이 커진다는 이유로 소수의 자유를 빼앗는 계산 — 공리주의가 허용할 수 있는 그 계산 — 을 그는 입구에서 막는다. 사람 각각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도 넘어설 수 없는 불가침성을 지닌다는 것이 이 책의 첫 페이지다.
"아무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을 모르고, 타고난 자산과 능력, 지능과 체력의 분배에서 자기 몫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 정의의 원칙들은 무지의 베일 뒤에서 선택된다." — 『정의론』
무지의 베일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집, 어떤 몸으로 태어날지 모른 채 사회의 규칙을 정해야 한다면 — 부자로 태어날 확률에 걸고 노예제를 고르겠는가, 아니면 가장 낮은 자리에 떨어져도 살 만한 세상을 고르겠는가. 자기 몫을 모르게 만들면 이기심이 그대로 공정함의 엔진이 된다는 설계다.
케이크 자르기의 오래된 지혜와 같은 원리다 — 자르는 사람이 마지막에 집게 하라. 그 지혜를 사회 전체의 헌법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 이 사고실험이다. 여기서 그는 두 원칙이 선택된다고 논증한다. 모두에게 평등한 기본적 자유가 먼저고,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만 허용된다는 것(차등 원칙)이 그 다음이다.
삶이 만든 철학
『정의론』이 나오자 죽었다던 분야가 되살아났다. 정치철학의 거의 모든 논의가 이 책에 대한 찬성이나 반론으로 재편됐고, 가장 강한 반론은 삼 년 뒤 같은 복도에서 나왔다 — 하버드의 동료 노직이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1974)로 되받은 것이다. 정당하게 번 것을 가장 불리한 사람을 위해 재분배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자유지상주의의 반격이다. 롤스 대 노직은 지금도 분배 정의 논쟁의 기본 구도로 남아 있고, 이 아틀라스는 그 승부를 판정하지 않는다. 확정된 것은 논쟁의 지형을 롤스가 다시 그렸다는 사실이다.
왼쪽에서도 반론이 왔다. 베일 뒤의 인간은 너무 추상적이라 공동체와 역사가 지워진다는 공동체주의의 비판, 가족 안의 정의를 다루지 않았다는 페미니즘의 비판. 그는 반론을 피하지 않고 이후 삼십 년 동안 이론을 고쳐 썼다 — 『정치적 자유주의』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세계관들이 한 사회에서 어떻게 같은 정의 원칙에 합의할 수 있는가라는, 첫 책이 남긴 구멍에 대한 답이다.
사람은 이론과 닮아 있었다. 말을 더듬었고, 각광을 피했고,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의 박수를 등지고 서둘러 나갔다. 명예박사 학위도 대부분 사양했다. 자신의 재능조차 — 그 재능으로 얻은 지위조차 — 도덕적으로 보면 응당한 몫이 아니라 운이라고 쓴 사람이었다. 타고난 것을 자격이 아니라 우연으로 보는 그 시선이, 동생들의 죽음과 히로시마의 폐허에서 시작해 평생을 관통한다.
그가 던진 질문들
- 내가 누구로 태어날지 모른 채 규칙을 정한다면, 어떤 세상을 고르겠는가?
- 전체의 이익이 커진다면 소수의 자유를 빼앗아도 되는가?
- 타고난 재능으로 얻은 몫은 응당한 자격인가, 운인가?
지금 이 사회의 규칙 하나를 무지의 베일 뒤에서 다시 정한다면, 당신이 제일 먼저 바꿀 것은 무엇입니까?
이 사람이 놓인 물음같은 물음 아래 다른 시대의 사상가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 3개의 질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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