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970 ~ · 서울 (광주 출생)
국가가 자기 국민에게 한 일을, 남은 사람의 몸으로 쓴 작가
그가 살았던 시대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 사망자 수는 지금도 확정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이 사건은 폭도의 난동으로 불렸다. 1948년 제주에서는 그보다 앞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수만 명이 희생됐다. 두 곳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이 수십 년간 그 일을 말할 수 없었다.
한강은 광주에서 태어났고, 그의 가족은 1980년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서울로 이사했다. 몇 달 차이로 그곳에 없었다는 사실이 그의 문학의 출발점이 된다. 광주 항쟁의 진상규명과 제주 4·3 특별법은 모두 1990년대 후반 이후에야 이루어졌다 — 그가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작품, 그리고 그것이 다루는 것
『소년이 온다』 (2014) — 1980년 5월 광주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던 중학생 동호와, 그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구조가 특이하다 — 장마다 화자가 바뀌고, 죽은 사람의 혼도 화자가 된다. 죽은 소년이 자기 몸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장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900명이 넘는 증언 자료를 읽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소설은 고발하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후 30년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따라간다 — 고문의 후유증, 말하지 못함, 그리고 자기가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남긴 것.
제목이 현재형인 것이 핵심이다. 소년은 왔다가 간 사람이 아니라 계속 오고 있는 사람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2021) — 1948년 제주 4·3
광주에서 제주로 옮겨 간 소설이다. 눈보라 속에서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야기의 뼈대인데, 그 집에 도착해서 알게 되는 것은 한 가족이 1948년에 겪은 일이다.
제목이 이 소설의 태도를 말한다. 작별하지 않는다 — 애도를 끝내지 않겠다는 것, 종결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사건을 종결 처리한 뒤에도 남은 사람들에게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
『채식주의자』 (2007) — 거절이라는 가장 조용한 행위
한 여자가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남편과 아버지와 형부가 차례로 그 결정을 되돌리려 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이 드러난다. 세 부분이 각각 남편, 형부, 언니의 시점으로 쓰였는데 정작 본인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장 작은 거절이 왜 이토록 큰 반응을 불러오는가 — 이 소설이 묻는 것은 채식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주장할 때 주변이 무엇을 하는가다.
인용에 관하여
이 카드에는 작품 원문을 인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생존 작가의 저작권이 살아 있다. 작품 제목과 줄거리, 구조에 대한 서술은 저작권의 대상이 아니지만,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다르다. 이 아틀라스의 다른 문학 카드들 —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 이 원문을 직접 싣는 것은 그 저작권이 이미 소멸했기 때문이다.
둘째, 더 중요한 이유다. 살아 있는 작가의 문장을 부정확하게 옮기는 것은 인용하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 정확한 문장을 확인할 수 없다면 옮기지 않는 편이 옳다.
원문은 책에서 읽으시기를 권한다. 그것이 이 카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안내다.
삶이 만든 철학
2024년 그는 한국어로 쓴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아시아 여성으로도 처음이다. 1901년에 시작된 그 목록이 124년 만에 한반도에 닿았다.
스웨덴 아카데미의 선정 사유는 역사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었다. 여기서 상처는 은유가 아니라 광주와 제주라는 구체적인 지명이다.
그의 방식은 고발이 아니다. 가해자를 규탄하거나 사건을 재구성하는 대신, 그 일이 남은 사람의 몸에 어떻게 새겨져 있는지를 쓴다. 『소년이 온다』에서 고문을 겪은 사람이 수십 년 뒤에도 특정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장면 같은 것. 역사가 통계로 정리된 뒤에도 개인의 몸에는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상 발표 직후 그는 축하 잔치를 사양했다. 전쟁으로 매일 사람이 죽는 상황에서 기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아버지 한승원도 소설가다.
이 아틀라스의 편집 원칙 가운데 하나는 확정된 사실의 부정에는 중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문학이 서 있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다 — 광주와 제주는 논쟁이 아니라 확정된 사실이고, 문학이 할 일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다.
그가 던진 질문들
- 국가가 자기 국민에게 한 일을, 그 나라의 문학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왜 부끄러움이 되는가?
- 애도를 끝내지 않겠다는 것은 무엇을 지키는 일인가?
- 가장 작은 거절이 왜 가장 큰 폭력을 불러오는가?
당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 — 몇 달 차이로, 몇 정거장 차이로 비껴간 일이 당신에게도 있나요? 그 일에 대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이 사람이 놓인 물음같은 물음 아래 다른 시대의 사상가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 4개의 질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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