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섯 축으로 보기
심리학이 실제로 쓰는 성격 모형 헥사코 — 그리고 그 여섯 축을 두고 다툰 사람들HEXACO, the model research actually uses — and the thinkers who argued over its six dimensions
심리학이 실제로 쓰는 모형입니다
성격 연구가 오늘날 표준으로 쓰는 모형은 둘입니다. 빅 파이브와 헥사코.
학술지의 성격 연구, 채용과 조직 연구, 건강과 수명을 다루는 연구가 대개 이 둘 중 하나를 씁니다. MBTI 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헥사코는 여섯 축으로 봅니다. 정직-겸손, 정서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개방성. 영어 첫 글자를 모은 이름입니다.
만든 방식이 특이합니다. 이론에서 유형을 정해 놓고 사람을 끼워 넣지 않았습니다. 사전의 성격 형용사를 다 모아 사람들에게 평가하게 한 뒤, 같이 움직이는 낱말끼리 묶었습니다.
여러 언어에서 같은 작업을 했더니 비슷한 덩어리가 반복해 나왔습니다. 원래는 다섯이었는데, 영어가 아닌 언어에서 자꾸 여섯 번째가 나왔습니다. 진실함과 겸손함 쪽으로 묶이는 덩어리였습니다.
그것이 정직-겸손 축입니다. 헥사코가 빅 파이브와 갈라지는 자리입니다.
MBTI 와 무엇이 다른가
첫째, 유형이 아니라 정도입니다.
MBTI 는 내향이냐 외향이냐를 갈라 열여섯 칸에 넣습니다. 헥사코는 눈금 위의 한 자리를 줍니다. 실제 점수는 가운데가 두툼한 종 모양으로 퍼져 있습니다. 두 종류로 자를 선이 데이터에 없습니다.
둘째, 만든 순서가 반대입니다. MBTI 는 융의 이론에서 유형을 먼저 정하고 문항을 만들었습니다. 헥사코는 말에서 자라 나왔습니다.
셋째, 다시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가입니다. MBTI 는 몇 주 뒤에 다시 하면 유형이 바뀌는 비율이 높습니다. 경계선 근처에서 한 칸만 움직여도 이름이 통째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눈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넷째, 무엇을 예측하는가입니다. 헥사코 점수는 학업 성적, 직무 성과, 건강 습관, 관계가 얼마나 가는가와 이어진다는 연구가 쌓여 있습니다.
특히 정직-겸손은 MBTI 에 대응하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 규칙 위반과 착취적 행동을 예측하는 힘은 여섯 축 중 가장 큽니다.
그렇다고 MBTI 로 나눈 대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자기를 설명할 말을 찾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아틀라스의 사상가들도 같은 것을 찾았습니다. 다만 도구는 나은 것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문항이 평범하게 느껴지면 맞습니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다」 같은 문장을 보고 시시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게 맞습니다. 누구나 같은 뜻으로 읽는 문장이어야 재는 도구가 됩니다. 문항이 재미있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읽어서 측정이 망가집니다.
재미는 문항이 아니라 결과에 있습니다. 여섯 축이 어떻게 조합되는지, 그 조합을 두고 어떤 사상가가 부딪쳤는지가 결과에 나옵니다.
이 검사가 말해 주지 않는 것
자기보고식 검사입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지금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잽니다.
기분 나쁜 날과 좋은 날의 결과가 다릅니다. 좋아 보이는 쪽으로 답하려는 마음도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습니다.
점수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성실성이 높으면 끝까지 하지만 뻣뻣할 수 있습니다. 정서성이 높으면 잘 흔들리지만 남의 감정을 잘 읽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해 주는 검사가 있다면, 그것은 검사가 아니라 판매입니다.
백분위도 없습니다. 이 문항으로 한국 사람을 재 본 자료가 없습니다. 남의 나라 표본을 빌려 적을 수는 있지만, 그건 없는 정확도를 지어내는 일입니다.
여섯 축
정직-겸손 (H) — 진실함 · 공정함 · 욕심 없음 · 겸손
남을 이용해 이득을 볼 마음이 얼마나 적은가를 봅니다. 빅 파이브에는 없고 헥사코에만 있는 축이며, 이것이 여섯 번째 축이 발견되면서 생긴 자리입니다.
이 축이 낮다고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심리학에서 「어둠의 삼각」이라 부르는 성향들 —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 이 대체로 이 축의 낮은 쪽에 모입니다. 그래서 이 축 하나를 더한 것만으로 헥사코가 빅 파이브보다 설명하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맹자 —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했습니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 손이 나간다는 것이 그의 근거입니다.
순자 — 맹자의 정반대입니다. 본성은 악하며 예(禮)로 다듬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축이 사람마다 왜 다른가를 두고 2300년 전에 이미 다툰 셈입니다.
마키아벨리 —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그의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그 말이 그의 생각을 제대로 옮긴 것인지는 논쟁거리입니다.
정서성 (E) — 두려움 · 불안 · 의지함 · 공감
위험과 스트레스에 얼마나 반응하는가, 그리고 남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기대고 남의 감정에 얼마나 물드는가를 봅니다.
빅 파이브의 「신경증 성향」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빅 파이브에서는 화를 잘 내는 것이 신경증에 들어가는데, 헥사코에서는 그것이 원만성 쪽으로 갑니다. 대신 공감과 애착이 이 축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 축이 높은 것은 「불안정함」이 아니라 「감정이 잘 통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키에르케고르 — 불안을 병이 아니라 자유의 증거로 보았습니다.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반대쪽 극단의 훈련법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삼고 매일 자기에게 적었습니다.
시몬 베유 — 남의 고통에 물드는 능력을 철학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외향성 (X) — 사회적 자신감 · 대담함 · 어울림 · 활기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편하고 활기가 도는가를 봅니다.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외향성이 「사람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사람을 좋아합니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에너지가 차오르느냐 빠져나가느냐가 다릅니다. 그리고 외향성이 낮아도 필요할 때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성향과 전략은 다른 문제입니다.
니체 — 알프스 산길을 혼자 걸으며 거의 모든 것을 썼습니다. 사람을 피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생각이 났습니다.
소크라테스 — 반대쪽입니다. 광장에서 사람을 붙들고 물어야만 철학이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글은 한 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장자 — 재상 자리를 거절하고 진흙탕의 거북이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성공과 자기 리듬이 부딪칠 때의 선택입니다.
원만성 (A) — 용서 · 온화함 · 융통성 · 인내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봅니다.
헥사코에서 이 축은 빅 파이브의 원만성과 다릅니다. 빅 파이브에서는 「착함」에 가까운데, 헥사코에서는 「참을성」에 가깝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정직-겸손과 정서성 쪽으로 나뉘어 갔고, 여기에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축을 「분노의 반대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자 —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규칙을 한 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나 아렌트 — 용서를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능력으로 보았습니다. 용서할 수 없으면 과거에 묶여 새로 시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 — 착한 것과 사랑하는 것을 갈랐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성실성 (C) — 정리 · 근면 · 꼼꼼함 · 신중함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고 끝까지 하는 정도를 봅니다. 여섯 축 가운데 학업 성적과 직무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축입니다.
그런데 높을수록 좋은 축도 아닙니다. 아주 높으면 꼼꼼함이 완벽주의가 되어 시작을 못 하게 되고, 계획이 바뀌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집니다. 이 축이 낮은 사람 가운데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황 — 경(敬) — 깨어 있는 상태를 평생의 수련으로 삼았습니다. 성실성을 도덕의 문제로 끌어올린 사람입니다.
정약용 — 유배지에서 18년 동안 500권 넘게 썼습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성실성만으로 버틴 기록입니다.
장자 — 반대쪽 극단입니다. 쓸모를 다투는 세상에서 쓸모없음의 쓸모를 말했습니다.
개방성 (O) — 아름다움 · 호기심 · 창의 · 남다름
낯선 것, 추상적인 것, 아름다운 것에 얼마나 끌리는가를 봅니다.
지능과는 다릅니다.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쪽으로 마음이 가는 정도입니다. 이 축이 높으면 예술과 학문에 끌리고 관습을 답답해하며, 낮으면 익숙한 것에서 안정을 얻고 검증된 방식을 신뢰합니다. 사회에는 두 쪽이 다 필요합니다.
장자 — 나비 꿈을 꾸고 깨어나 물었습니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
레오나르도 — 공책 7천 쪽을 남기고 완성한 그림은 스무 점이 안 됩니다. 개방성이 높고 성실성이 그만큼 높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데이비드 흄 — 반대 방향의 지성입니다. 새로운 주장을 만나면 먼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가」를 물었습니다.
문항 출처 — IPIP(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의 공개 문항. Ashton, Lee & Goldberg (2007), The IPIP–HEXACO scale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2, 1515–1526. IPIP 문항은 퍼블릭 도메인이며, 한국어 번역은 엠케이아틀라스가 하였고 같은 조건으로 공개합니다. 헥사코 정식 검사지(HEXACO-PI-R)는 저작권이 있어 쓰지 않았습니다.Items from the public-domain 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 Ashton, Lee & Goldberg (2007), The IPIP–HEXACO scale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2, 1515–1526. The Korean translation is MK ATLAS’s and is released on the same terms. The proprietary HEXACO-PI-R was not u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