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
탈레스
BC 624년경 ~ BC 546년경 · 밀레토스
"만물은 물이다" —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한 첫 사람
그가 살았던 시대
밀레토스는 이오니아 해안의 국제 무역항이었다. 이집트의 기하학, 바빌론의 천문학, 페니키아의 항해술이 화물과 함께 부두에 내렸다. 신전의 도시가 아니라 상인의 도시 — 어느 신화도 독점권을 갖지 못하는 곳에서, 신화들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물었다. "그래서, 진짜로는 어떻게 된 건가?" 철학은 수도가 아니라 항구에서 태어났다.
그의 말, 그리고 쉬운 해설
"만물의 근원(아르케)은 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한 탈레스의 명제
답 자체는 틀렸다 — 만물이 물은 아니니까. 위대한 건 질문의 형식이다. "세계는 어느 신이 만들었나"가 아니라 "세계는 무엇으로 되어 있나"라고 물은 것, 그리고 그 답을 신화가 아니라 누구나 관찰하고 반박할 수 있는 자연물에서 찾은 것. 반박 가능한 주장을 내놓는 순간, 과학과 철학이 함께 시작됐다.
삶이 만든 철학
탈레스의 일화 둘이 철학자의 두 얼굴을 미리 보여준다. 하나 —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져 하녀에게 비웃음을 샀다는 이야기. "하늘의 일은 알려 하면서 발밑은 모르는군요." 다른 하나 — 그 비웃음에 대한 응수처럼, 천문 지식으로 이듬해 올리브 풍작을 예측하고 압착기를 미리 몽땅 빌려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 철학자가 가난한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다른 데 있어서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일식을 예측해 전쟁을 멈췄다고도 하고(BC 585년 5월 28일 — 날짜가 특정되는 인류 최초의 과학적 예측), 피라미드의 높이를 그림자로 쟀다고도 한다. 신들이 하던 일을 계산이 대신하기 시작한 순간들이다.
그가 던진 질문들
-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설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이야기와 설명은 무엇이 다른가?
- 쓸모없어 보이는 앎은 정말 쓸모없는가?
당신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설명 중에, 사실은 "이야기"에 불과한 것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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