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무라사키 시키부

AD 973년경 ~ 1014년경 · 교토(헤이안쿄)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을 쓴 궁녀 — 이야기로 마음을 해부하다

그가 살았던 시대

헤이안 시대의 절정, 후지와라 가문이 천황을 사위 삼아 권력을 독점하던 궁정 사회. 공식 문자인 한문은 남성의 것이었고, 여성들은 "여자 글씨"라 불리던 가나로 일기와 편지를 썼다 — 그런데 바로 그 주변부의 문자에서 일본 문학의 정수가 태어난다. 학자 집안의 딸 무라사키는 어깨너머로 한문을 익혀 아버지가 "네가 아들이 아닌 게 한이다"라고 탄식하게 만들었고, 남편과 사별한 뒤 쓰기 시작한 이야기로 중궁의 가정교사 겸 작가로 발탁되었다.

그의 말, 그리고 쉬운 해설

"이야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 가운데 보아 넘길 수 없고 들어 넘길 수 없는 것이 있어 — 후세에 전하고 싶어 가슴에 담아둘 수 없게 될 때, 태어나는 것입니다." — 『겐지모노가타리』 반딧불 첩, 겐지의 모노가타리론 (요지)
소설 속 인물의 입으로 소설을 변호한 것이다 — 당시 이야기책은 여자들의 심심풀이 거짓말 취급을 받았으니까. 역사서(정사)는 사건의 겉을 기록하지만, 이야기는 차마 담아둘 수 없는 마음의 속을 기록한다는 것. 허구가 사실보다 진실할 수 있다는 이 선언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논증한 순간이다.

삶이 만든 철학

『겐지모노가타리』는 54첩, 등장인물 400여 명, 4대에 걸친 이야기다 — 1000년 무렵에 쓰인 이 작품을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로 꼽는 이유는 분량이 아니라 방법에 있다. 빛나는 황자 겐지의 연애담처럼 시작한 이야기는 갈수록 다른 것이 된다. 사랑받는 이들의 질투와 죄책감, 버림받은 이들의 원령(生霊)이 되어버리는 마음, 그리고 겐지 사후의 마지막 10첩(우지 십첩)에서는 구원 없는 어둠까지 — 인물의 내면이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것을 추적하는 서사, 즉 심리소설의 발명이다. 작품 전체를 물들이는 정서가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 — 벚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이라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사무침이다. 무상(無常)이라는 불교의 진리를 교리가 아니라 정서로 번역한 것. 그녀의 일기에는 궁정의 화려함 한복판에서 쓴 이런 문장이 남아 있다 —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이 몸." 그 둘 곳 없는 마음이 千年을 사는 이야기를 낳았다.

그가 던진 질문들

  • 허구는 사실보다 진실할 수 있는가?
  • 아름다움은 왜 사라지는 것들에 깃드는가?
  • 이야기 없이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당신 가슴에 담아둘 수 없어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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